it's raining?
대한민국에서는 기업인만 성공 신화를 이룩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한 남자가, 그것도 아주 어린 남자가 성공 신화를 이룩해 나가고 있다. 지독히도 노력했고, 그랬노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비' 라는 남자는 공중파에서도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그의 '뼈를 깎는 노력' 을 '중계' 할만큼의 위치에까지 올라갔다. 인생 밑바닥까지 내쳐져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독기가 그에게서 무섭게 뿜어져 나온다. 이전에는 그것을 숨기려고 했었는지 그나마 잘 느끼지 못했는데 요새는 정말 화면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는 이제 무서울 게 없다. 그나마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박진영' 만이 자신에게 '약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노라고 말할 정도이다.
대한민국은 아프다. 모든 이들이 마음에 병을 안고 살고 있다. 시름은 깊어가고 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미디어는 애써 사람들의 그런 병들을 외면해보지만 그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사람들이 아프고 슬프고 괴롭다는 그 사실을 어떻게든 미화시켜 보려고 한다. 희망을 전해 주려고 한다. 그래서 '성공 신화' 가 필요하다.
이처럼 비의 성공이, 입지전적인 스토리가 지금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도 그의 컴백이라는 상업적인 목적과 맞물려 있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사회의 요구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결코 '놀고 먹으며' 얻어낸 게 아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라는 비극적인 스토리도 가졌다. 하늘은 공평한지 그에게 큰 키와 체력과 재능을 주었다. 재능-노력-스토리 이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들어가면서 그는 이제 자신의 성공을 '자랑' 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올라갔다. 성공이 부풀려졌네 어쩌네 아무리 시니컬하게 비판한다고 해도 '아무나' 타임즈 100인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대단하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볼때마다 박탈감을 느낀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몸으로 보여준다. 그는 '나도 하는데 너는 못할게 뭐냐' 라는 암묵적인 압력을 가한다. 그 박진영이 연습실 문을 잠가버릴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였던, 그리고 '도태될까봐 잠이 안온다' 라고 말을 할 정도였던 그의 옆에 있으면 숨을 쉴 수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 대한 '깜냥' 이 다 다르고 '성공' 에 대한 정의도 다 다르며 할 수 있는 '노력' 치가 다 다르다. 물론 비처럼 노력하면 못해낼 것이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마음가짐과 성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에게 인간적으로 끌리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처럼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주 차가운 시선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그러한 시선을 가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일지도 모른다. 이해하진 못해도 비난하지 말길 바라는 마음까지 드는 건 내가 너무 오지랖이 넓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비처럼 살지 못할 것 같은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일까.
비, 인간 정지훈, 어떤 쪽이든 사실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비를 다시 보게 되었던 '상두야 학교 가자' 에서의 그 따뜻한 웃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멋지게 춤을 추며 무대를 한순간에 압도해버리는 '수퍼 섹시 다이나마이트' 'rain' 보다는 그냥 그 때의 상두가 좋다. 어디까지 자신의 성공 신화의 페이지를 써 나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런 그 험난한 길에서 길 옆에 코스모스도 피었고 향기도 난다는 그런 소소한 사실을 아는 연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 개인적인 희망사항이다. 나는 그가 오래 연기하길 바라므로.